작가 소개
조문자는 1940년 경기도 평택에서 출생하였다. 196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였고, 추상표현주의 2세대로서 조선일보 현대작가초대전, 한국 여류화가회 창립전, 서울미술대전, 인도트리엔날레 등 다수의 전시회에 참가하였다.
조문자는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 한국 화단을 풍미했던 앵포르멜(Informel)의 영향을 받은 작가이다. 남성작가들의 앵포르멜 추상이 두터운 물감 층과 공격적인 화법을 통해 격렬한 감정과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원시성을 표출한 것이었다면, 조문자의 추상은 색채의 다양한 변조나 중첩으로 미묘한 감정의 진동과 변화를 드러내어 여성작가로서의 섬세함을 표현하였다. 그는 ""작품창작이란, 하루의 삶의 경험들을 일기로 적듯이 화면에 표출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러한 언급으로 작가의 잔잔하거나 때로는 격한 마음의 상태가 추상화 속에 스며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문자는 검정, 파랑, 녹청, 은분, 금색, 노랑 등을 주로 이용하여 자유분방한 필법으로 ‘생명의 약동’을 화면에 투사한다. 즉, 노랑, 초록, 회색이 배경을 이루는 가운데 주로 검정이 강세를 이루어 붓 자국들이 서예의 필선처럼 굵고 가늘게, 길거나 짧게, 강하거나 약하게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필법 언어들은 작가 자신을 둘러싼 일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짓으로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화면 속 형상의 표현이 조금씩 확대되어 가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1998년 석주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는 <광야에서>(1998) 작품에서도 역시 색채가 절제된 담백한 형상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표현주의적이라기보다는 서정주의적 색채 감각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작가의 작업 방향과 기질이 잘 드러나 있다. <광야>는 종교적 관점에서 출발 된 듯 하지만 오히려 오랜 조형의 방황 끝에 찾아온 계시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작가 스스로의 변이다. 작가는 광야에서 자신에게 울려오는 내면의 소리를 경험하기 위해 더더욱 자유분방한 제스처 중심의 스트록을 구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심의 화면에서 자신 속으로 몰입하는 사념의 구조가 두드러지게 표상되게 되었다. 화면은 자신 속으로 침잠하는 한없는 명상의 장으로 탈바꿈되고 그지없이 순화된 색조의 투명성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