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상세 설명
최영욱은 자신의 그림이 소통의 매개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림을 그린 창작자와 이를 감상하는 감상자가 존재하는 예술의 형식은 그 자체 상호 소통(interactive communication)의 가능성을 내장한다. 상호작용은 직접적인 감응방식에 의한 미디어 아트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최영욱과 같은 철저한 아날로그 방식의 회화에서도 가능하다. 가령, 최영욱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가는 실선을 그러 서로 연결시킬 때, 그 문법을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관람자는 거기에 자신의 인생을 투사할 것이다. 그는 말한다.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내 그림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 올리고 그 자신 속에 얽혀있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를(소통) 나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인생길이다. 도자기의 빙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잇는 것이 아니다. 갈라지면서 이어지고, 끊겼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는 선처럼 우리의 인생도 만났다 헤어지고 비슷한 듯 하며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하나로 아우러진다.”
- 작가의 말 中에서
작가 소개
최영욱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 28회 이상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하였다. 빌게이츠재단, 필라델피아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수원대학교, 대한항공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최영욱은 조선시대 대표적 도자기인 달항아리를 작품의 핵심소재로 삼아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초기에 그는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병행함으로써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주로 그리며 삶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작품에만 몰두 할 수 없었던 그는 전업 작가로 살기로 결심하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뉴욕에서 생활하던 중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관에서 마주친 ‘달항아리’에 감명 받아 그 때부터 달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달항아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면 볼수록 순백의 미가 느껴지는 매력이 있는데, 모양이 반듯하지 않고 한가운데 불룩한 부분이 어긋나 있어 어딘가 부족해 보이면서도 후덕한데 그 속에 사연을 품은 것처럼 신비함이 깃들어있다. 최영욱은 이런 달항아리의 특징 속에서 우리의 삶과 비슷한 면을 발견하고 작품에 반영시키고 있다.
최영욱의 작품은 단순히 달항아리를 사실적으로 묘사 한 것이 아니라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그린 것이다. 그가 그리는 달항아리에는 수없이 많은 선들이 존재하는데, 백자 표면 유약 속의 작은 선들인 빙열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그는 일일이 수많은 선을 하나하나 그리기 때문에 작품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도자기를 구우면 생기는 표면의 균열이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우리의 삶처럼 느껴져 이러한 방식을 계속 해오고 있다. 또한, 캔버스에 젯소(물감을 잘 입히기 위한 바탕자료)를 수십 번 바르고 말리기를 반복하거나 얇게 칠하기를 50, 60번씩 반복하면서 사포질로 표면을 갈아내기도 하기 때문에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면 도자기와 재질이 비슷해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달항아리의 형상을 만들기 때문에 각 항아리 그림마다 얼룩의 정도, 색의 농도, 항아리의 크기 등이 모두 다른 특징을 지닌다.
최영욱에게 달항아리는 인생을 담는 그릇이자 관람객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각각의 추억이 깃든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백자, 달항아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해외 아트페어에 적극적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