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상세 설명
수평으로 길게 자리한 산, 낮은 하늘, 오로지 산의 몸만이 가득한 어둡고 강한 산 그림이다. 두텁고 분방하게 칠해나간 붓 자국에 의해 그 산은 장엄하고 뜨겁게 펼쳐진다. 길에 드러누운 산은 별다른 특징을 별다른 특징을 찾기 어려운, 지극히 평범한 산이었다. 그러나 권순철의 은 그렇게 평범한 대상에서 어떤 뜨거운 사연, 삶의 역사, 산의 특징을 절묘하게 걸러내고 있다. 권순철은 수많은 용마산을 그렸다. 정해진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그리는 작업에서 한국 산의 전형을 창조하려는 의욕의 일단을 만난다. 용마산이라는 특정한 산을 통해 한국의 산 전체가 지니는 어떤 공통된 성향을 추출해내려는 집념이 읽혀진다는 이야기다. 약간 건삽하게 느껴지는 질료와 덕지덕지 발라올린 마티에르의 기법에서 세련된 구석은 찾아볼 수 없지만, 보다 강한 현장성으로 연결되는 힘이 있다. 그의 산은 산이라는 대상과의 진정한 합일 속에서나 가능한 절실한 분위기로 충만하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권순철은 1944년 경남 의창에서 출생하여, 1971년 서울미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하였고, 1978년 그로리치 화랑에서 제1회 개인전, 미술회관에서 2회, 서울미술관에서 3회 및 4회 개인전을 열었으며, 1986년도 제1회 화랑협회 미술제에 가나화랑 초대로 개인전을 열었다. 1988년 3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스톡홀름 국제회화제""에 가나화랑 초대 개인전을 가졌다. 단체전으로는 신체 제전, 형상 회전, 그리고 그리나니 모임, 인간전, 22전, 민족미술협회전, 한국미술협회전,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현대미술 초대전 등에 참가했다.
권순철은 전쟁으로 타계한 그의 부친 및 삼촌, 그리고 일본과의 투쟁에서 피 흘린 조상들을 추모하는 작품을 한다. 살아남은 이들의 절망한 육신이 어디로 갈지 몰라 먼 지평을 헤매듯이 너무 일찍 죽은 이들의 <넋>은 가엾이 천공을 떠돈다. 말하자면 죽었으나 살아있는 그러한 사람들과,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에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사람의 얼굴 형상을 그리든, 산의 형상을 그리든 그에게는 그리 큰 차이가 없다. 권순철은 세잔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서 큰 감명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의 땅과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단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풍경화는 해가 지면 끝내야 하지만 화실에서 그리는 얼굴은 끝이 없다.""라는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그것은 길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담아낸 많은 스케치들에 의해 끝없이 변형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