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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중요무형문화재 제105호 사기장 기능보유자 백산(白山) 김정옥(金正玉)은 1942년에 태어났다. 김정옥이 태어나고 자란 경상북도 문경군 문경읍 관음리의 사기점(沙器店)은 8대조인 김영만이 충북 청원군 낭성면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서당훈장으로 있으면서 터전을 마련한 곳이라고 한다. 이 일대에는 일찍부터 사기점이 있었던 탓인지 7대조 김취정에 이르러 비로소 사기장으로 출발하기 시작한다. 7대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200여 년간을 사기장 가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 곁에서 사기 제작을 배웠으며, 18세가 되는 1960년도부터는 홀로 물레를 찰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워 학업을 계속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중학교 3학년을 중퇴하고 부모님을 돕는 일에 종사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그 일대는 17세기 경의 백자가마터가 발견되고 있어 조선 중기에 사기점이 존재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부친이 타계한 이후에도 가업인 사기점을 계승하다 형편이 어려워져 고향을 떠날 것을 결심하고 관음리를 벗어나 1982년 문경읍 변두리 국도 변에 조그만 작업장을 마련하여 사기점을 옮기고 상호를 영남요(嶺南窯)라고 짓고 가업을 계승하기에 이르렀다. 18살의 나이에 도예의 길로 들어서 5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손쉬운 전기 물레를 거부하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발 물레를 고수하며 유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배합까지 모두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한 노력으로 김정옥의 작품은 전통적인 조선백자의 전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자기를 구울 때도 전통적인 장작 가마인 망뎅이 가마만을 사용한다. 장작 또한 자기와 가장 궁합이 맞는다는 적송(赤松)만을 사용한다. 12시간을 넘게 불과 씨름하지만 작품의 반 이상이 깨지고 만다. 두 달에 한번씩 불을 지피는 가마에는 다완 100여 점이 들어가지만 작품으로 남는 것은 3~4점이 채 안된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가장 한국적인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법부터 전통적이어야 한다. 많은 작품보다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삶의 철학이자 고집이다. 일본 다도인들 사이에서도 명성은 자자하다. 조선의 정호다완을 가장 비슷하게 재현하기 때문이다. 김정옥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영국 대영박물관, 캐나다, 독일, 프랑스 박물관에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으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명사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7대째 이어져 내려온 가업은 아들인 김경식까지 8대째로 이어지고 있으며 손자가 역시 경기 이천의 도예고에 다니고 있어 사실상 9대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도자기 전문가들은 김정옥 만큼 조선 도예의 전통을 온몸으로 이어온 사람은 없다며 발 물레의 달인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집안 대대로 이어지는 청화백자에서는 소박하면서도 고고한 멋을 느낄 수 있고 정호다완에서는 정갈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