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이양원(李良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자(莊子)가 말하는 ‘놀이(遊)’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놀이는 단순한 여흥의 개념이 아니라 동양 사상에서는 도(道)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면 놀이정신을 너무 무겁게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 놀이정신은 무겁다면 무겁고 또 가볍다면 한없이 가벼울 수 있다. 그것은 광대가 줄을 탔을 때처럼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날기도 하고 헛발질할 때처럼 천근만근 무거워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려운 문자를 쓰자면 이를 중용(中庸)이라고 해야 하는데 실제로 이 놀이 정신은 동양정신의 전유물이 아니고 현대 미술에 있어서도 그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미학적인 자양분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양원과 그의 작품세계는 줄타기 정신에 비유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사실 예술(藝)이 마술에서 기원하듯이 이것이 저것이 되고 저것이 이것이 되게 만드는 기술이므로 그가 붓 한 자루를 가지고 줄타기하듯 무엇이든 그려내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그의 유창한 선묘(線描)능력에서 드러나는데, 그것이 풍물이 되건 인물이 되건 일단 선택된 대상들은 줄을 탄 광대처럼 불안한 몸짓을 하며 멋진 곡예를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양원은 산수화는 물론이고 풍속이나 인물에도 능하다. 특히 그 익살스런 풍물화는 줄타기의 묘기나 묘미를 알지 못하고서는 그려낼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신(傳神)에 가깝다. 물론 이 경우 전신이란 말은 ‘신바람’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좋고 풍류(風流)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