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성관은 대구 출생으로 부산에서 활동한 서양화가 겸 도예가이다. 1930년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사범학교(현 부산교육대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진학하였으나 4학년 때 퇴학을 당하였다. 일찍이 학생 시절이었던 1948년과 1949년에 엄성관은 제1회와 제2회 ‘부산미술전람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연속적으로 입선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무렵 ‘부산미술전람회’는 부산 미술 발전의 토대로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던 터수였다. 이에 이 공모전에서 배출된 화가들은 각종 전시를 활발하게 개최함으로써 이후 부산 미술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하였다. 특히 해마다 3·1기념일과 8·15경축일에는 ‘부산미술협회전’이 개최되었는데, 당시 시민들에게는 ‘부산미술협회전’에 출품하는 것만으로도 전문 화가로 인식될 정도였다. 이에 ‘부산미술전람회’가 배출한 이들은 ‘부산미술협회전’에 잇따라 출품했는데, 엄성관 역시 1956년부터 서종일 등과 함께 계속하여 출품했다.
서울대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뒤 엄성관은 대구로 갔다. 1955년 그는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 때 전시장에서 이중섭을 만나 친분을 쌓게 되었다. 엄성관이 이중섭의 ‘소’를 그리기도 했는데, 그랬을 때는 이중섭조차 감탄할 정도였다고 전한다. 오늘날 전해지는 이중섭의 서명이 없는 ‘소’ 그림 가운데 이중섭 그림인지가 불분명한 것은 거의 엄성관의 그림이라고 대다수 미술인들은 믿고 있는 실정이다.
1957년 그는 배정고등학교에 자리를 얻게 되면서 부산으로 이주했다. 이후 부산화교학교, 부산중학교, 동주여자상업고등학교(현 동주여고)에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1959년에는 개인전을 개최하고 ‘8·15광복절경축미술전’에 출품하였으며, 1961년에는 제1회 ‘경남재건예술제미술전’에 유용만, 서종일, 김천옥, 정영수, 황규응 등과 같이 초대되었으며, 1962년에도 개인전을 열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평소 ‘도깨비’라는 별명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기행과 기벽으로 작품보다 많은 일화를 남겼는데, 특히 하루라도 술에 취해 있지 않은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평생 술을 즐겼다.
1965년 엄성관은 윤이상의 제자이기도 한 후배의 주선으로 독일 유학을 추진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도독(渡獨) 작품전’을 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윤이상의 동태를 주시하던 정부 당국이 가로막아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실의에 빠진 엄성관은 1966년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그는 청운중학교, 선린상업고등학교(현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현 성동공업고등학교) 등에서 가르쳤지만 붓을 내던지다시피 하고 절제 잃은 생활에 빠져들었다.
1986년 학교를 떠난 그는 경기도 이천에서 도예 제작에 몰두하였다. 이듬해인 1987년 개인 도예전을 가졌고,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박세직의 주선으로 서울올림픽 아트 상임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엄성관의 제자로는 화가 김만철이 있고, 화가 박춘재, 만화가 김세환, 노라노디자인학원 원장인 박기완도 그에게서 개인 지도를 받았다. 1989년 암으로 사망하였다.

출처/부산역사문화대전, 부산문화예술 전자아카이브